카메라로 동공 추적해 학생이 졸고 있는지 잡아낸다시선 추적 기술 개발한 ‘비주얼캠프’, ‘리드AI’ 학원 100여 곳에 납품.“휴대전화, 태블릿PC 등에 내장된 카메라가 동공을 추적해 학생의 시선이 어느 단어, 어느 문장에 몇 초 동안 머물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기록합니다. 학생이 글을 읽다가 조는지, 딴짓하는지도 알 수 있어요.”박재승 비주얼캠프 공동창업자 겸 사장이 자사가 개발한 ‘시선 추적 기술’에 대해 한 설명이다. 9월 3일 치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서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학생이 80분 동안 읽어내야 하는 국어 시험지 속 글자는 총 2만8796자. 단순 평균으로 분당 360자를 읽어야 한다. 이 기사의 시작부터 바로 이 문장까지가 253자다.빠르게 글을 읽고 이해해 문제를 풀어야 하다 보니 학생들은 지문을 모두 읽은 뒤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먼저 보고 지문을 읽기도 하고, 지문과 문제를 오가며 답을 찾기도 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어떤 전략으로 문제지를 볼까” “1등급 학생과 내가 문제지를 보는 방식은 무엇이 다를까” 같은 궁금증이 조만간 명쾌하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주얼캠프의 인공지능(AI) 기반 시선 추적 기술 덕분이다.시선 추적 기술은 일반 휴대전화, 태블릿PC, 개인용 컴퓨터(PC) 등에 내장된 적녹청(RGB) 카메라로 사람 동공을 인식해 사용자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아내는 기술이다. 시선이 특정 단어에 몇 초 동안 머무는지, 한 번에 글자 몇 개를 읽는지(시폭), 앞 문장으로 얼마나 자주 되돌아가 다시 읽는지(역행) 등을 측정해 사진과 영상 기록으로 만들어준다.시선 추적을 시작하기 전 전자기기 화면에 뜨는 주황색 점 하나를 5초가량 쳐다보기만 하면 시선을 추적할 준비가 완료된다.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일명 ‘영점조준’ 과정이다. 시선 추적 정확도를 높이고 싶다면 주황색 점을 5개로 늘리면 된다. 안경을 쓰거나 렌즈를 껴도 시선을 추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이러한 기술이 탑재된 문해력 진단 및 훈련 프로그램 ‘리드포스쿨’은 지난해 2월 출시돼 현재 370여 개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리드포스쿨에 기능을 더하고 성능을 높여 올해 3월 말 출시된 독서 논술 프로그램 ‘리드AI’는 출시 100일 만에 100개 학원에 도입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원은 매달 비주얼캠프에 구독료를 낸다.비주얼캠프는 휴대전화에서 작동하는 시선 추적 기술의 상업화에 성공한 세계 최초 기업이다. 2020년 12월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에 동공 움직임만으로 전자책 페이지를 넘기는 시선 추적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에 시선 추적 기능을 적용한 것이 지난해부터라는 사실에 비춰 보면 비주얼캠프는 모바일용 시선 추적 기술 업계에서 명실상부한 ‘퍼스트 무버’인 셈이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비주얼캠프는 2021년 모바일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글로모 어워즈’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연속으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비주얼캠프는 본래 루게릭병 환자처럼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이 눈으로 타자기를 쓸 수 있게끔 하고자 시선 추적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윤을 창출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았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유행했고, 교육계에서 먼저 비주얼캠프로 연락을 해왔다.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집중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박 사장은 “동공을 통해 생체 정보가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광고업 등 다른 업계에서는 공급처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교육업계는 성적 향상이라는 명확한 보상이 있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설득 작업이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장은 “시선 추적 기술은 동공 움직임만 기록할 뿐 사용자의 다른 개인정보를 전혀 수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빠르면 9월 안에 ‘KSA(Key Sentence Attention)’라는 새로운 기능이 리드AI에 탑재될 예정이다. 단순히 사용자의 시선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AI 튜터가 성적이 좋은 학생들과 사용자의 시선 패턴을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이미 해당 기능의 데모 버전이 완성돼 내부 시험을 진행 중이다.박 사장은 “코스닥에 상장된 중견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2014년 비주얼캠프를 창업한 뒤 난관도 많았다”고 말했다.“모바일용 시선 추적 기술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정했을 때 내부 반대가 심했어요. 팀원 12명 중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고 했죠. 하지만 전 세계 50억 명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에서 답을 찾아야만 한다는 절박함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갔고, 6~7개월 뒤 연구 성과가 조금씩 나오니 팀원들도 기술 성공 가능성을 점점 인정하더라고요.”박 사장은 자사의 시선 추적 기술이 ‘나라를 살릴 기술’이라고 자부한다.“한국에는 인적 자원밖에 없는데, 날이 갈수록 우리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게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요. 시선 추적 기술 기반의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문해력을 키워 한국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낍니다.”